아버지의 아들과 한 가정의 가장 이었을 뿐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있는지
돌아볼 겨를 조차 없는 삶이었지만 거울에 비친 내모습은
어느덧 중년을 넘어 반백이었다.
자연으로 돌아가려 하나 탈탈 털어봐야 먼지 뿐 살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지의 버려진 골짜기 뿐이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니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어 계약부터 했지만
도끼눈의 색시 앞에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혼자서 뒤적이니 도사 색시 고사이 눈치를 챘는지 애들 시집 장가도 보내야 되는데
택도 없는 소리 말라며 가고 싶으면 혼자서나 가란다..
"알았다니까..."
모기만 한 소리로 대답은 했지만 눈앞이 캄캄이다.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녀 보지만 도대체 이 험한 골짜기에서
뭘 어찌해야 할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해본 사람이 없으니 찾을 자료조차 없다.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해봐도 하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모르냐며 하나같이
고개를 저으니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집에 있자니 눈치만 보여 일 년여를 그렇게 다니다 보니 산채꾼도 만나게 되고
두릅이며 산더덕 산나물, 버섯 등등 철철이 내주는 어머니 품 같은
골짜기의 진면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면 길이라는데 요거라도 함 해봐? "
되돌아보면 우습지만 이렇게 시작된 것이 지금의 골짜기 농장이다.
부딪쳐 해결하다 보니 수많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해본 사람이 없을 뿐 안 되는 일은 아니었다.
넥타이를 풀고 풀피리를 불던 그 시절로 되 돌아 오기까지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굵어지는 산약초들 사이로 별들이 얼굴을 내밀고 새벽을 알리는 수탉이 있으니
시계가 없어도 하루하루가 즐겁다.
줄기를 뻗기 시작하는 산 더덕~
모두들 웃었지만 해본 사람이 없을 뿐 안 되는 일이 아니었다.
산더덕이나 도라지는 몇뿌리면 십만 원도 넘지만 없어서 못 팔며 씨만 뿌려 둬도 알아서들 자란다.
스스로 덩굴을 뻗어 풀들을 제압하며 씨를 퍼트리고 어린싹들이 뒤를 이으니
한 번만 뿌려두면 수십 년을 캐내도 끝이 없는 작물들이다.
나무를 잘라 만든 옛 방식 그대로의 닭장에서 닭들이 망중한이다.
포크레인을 불러 바닥부터 밀어내고 하우스를 지어야만 한다고들 야단이었지만
절반의 비용도 들이지 않았으나 고소한 달걀들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다.
숲 가꾸기로 베어낸 참나무들을 모아 만들어 둔 수천 개의 표고목에서도
표고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한번 만들어 두면 4~5년에 걸쳐 나오니 이 표고가 끝나기 전에
산약초 출하가 시작될 것 같다.
밭을 이룬 골짜기 ~`
안된다 하기보단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
산은 전답의 1/10 값에도 못 미치지만 골짜기에서 가꿀 수 있는 청정 먹거리는 셀 수 없이 많다.
혼자서 수만 평을 가꿔도 바쁠 일이 없으며 한번 뿌려두면 수십 년 수확하면서도
소득 또한 쏠쏠하니 값비싼 전답만을 고집할 일만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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