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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를 걱정 한다면 ~`

by 농장 지기 2014. 8. 7.

 

언제나 아버지의 자식과 한 가정의 가장 이었을 뿐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돌아볼 겨를 조차 없는 삶 이었지만

거울에 비친 내모습은 어느덧 중년을 넘어 반백이다.

 

두아이가 성인이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려 마음을 정했으니

결단을 내려야 하나

탈탈 털어봐도 수 있는 것은 오지의 버려진 골짜기 뿐이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니 더 이상 미룰수도 없어

에라 모르겠다 계약부터 했지만

도끼 눈의 색시 앞에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혼자서 뒤적이니 눈치 빠른 색시가 계약서를 봤는지 아이들 시집 장가도 보내야 하니

택도 없는 소리 말라며 가고 싶으면 혼자서나 가란다!

"알았다니까..."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을 했지만 한고비는 넘겼고 ~~ㅋㅋ

 

다음 주부터 슬슬 다녀보니 도대체 이 험한 골짜기에서

뭘 어찌해야 할지 엄두 조차 나지 않는다.

혼자서 끙끙대며 인터넷을 뒤져봐도 해본사람이 없으니 찾을 자료 조차 없다.

혹여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하면 하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모르냐며

하나같이 않되는 일이란 대답 뿐이다.

 

집에 있자니 눈치도 보이고 코가 쑥 빠져 일년여를 그렇게 다니다 보니

산채꾼도 만나게 되고 두릅이며 더덕 산나물,버섯등등

철철이 내주는 어머니 같은 산에 진면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 한다.

 

"어짜피 할일도 없는데

노느니 염불 한다니 요거라도 함 심어봐 ~? "

....

되돌아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이렇게 해서 시작된 일들이 지금의 농장이다.

부딪쳐 해결 하다보니 수많은 시행착오도 격었지만

해본 사람이 없을 뿐 안되는 일은 아니었다.

 

버려진 골짜기였지만 수만평에서 더덕과 두릅이 굵어지고 있다.

숲 가꾸기로 베어낸 참나무에선 표고가 자라고 있고

방사한 닭들도 모두 알을 낳고 있다.

이제 곰취와 당귀,산삼, 다래등 각종 산나물을 가꾸며 꿈에 농장을 완성해 보려 한다.

 

넥타이를 풀고 풀 피리를 불며 흙 장난을 하던 시절로 되 돌아 오기까지

참으로 긴 여정 이었다.

암닭이 알을 품고 있는 사이로 별들이 고개를 내밀고

세벽을 알리는 숫탉이 있기에

시계가 없어도 하루하루가 즐겁다.

 

5백여평의 전답 값에도 못미치던 3만여평의 골짜기를 뒤덮고 있는 산 더덕~

산더덕은 1키로에 십만원도 넘지만 없어서 못 팔며 씨만 뿌려 두면 풀속에서도 잘 자란다.

 한번 심어두면 스스로 씨를 퍼트리니 수십년을 뽑아도 끝이 없을듯 싶다.

 

나무를 잘라 만든 옛 방식 그대로의 재래식 닭장에서 달들이 놀고 있다.

매일 함께하는 거짓을 모르는 농장의 친구들이다.

 

산속에 풀어두니 풀벌레들을 잡아 먹으며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모두 건강한 알들을 낳는다.

옛 방식의 청정 재래란은 없어서 못파니 준비만 꼼꼼히 한다면

자연은 어머니 품 같은 곳이기도 하다.

*무항생재 재래란 필요하신 분은 쪽지 주세요~`